나한테는 정말 과했다. 놀란 특유의 장엄함, 숭고함, 거룩함 등이 주인공 한 명에게만 초점 맞춰서 지나치게 쏠리는 순간부터 보기 힘들다. 같은 맥락에서 오펜하이머도 별로… 물론 그걸 볼 때는 제대로 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집중을 못하긴 했지만 오펜하이머를 두고 나는 곧 OO이자 OO이다, 는 방식으로 표현해주는 게 너무 웃겨서 그만…
아무튼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명예로운 전쟁이 당연하던 '마법' 같은 시대에 일어난 상호신뢰의 최초의 배반이라 재해석하며 반전주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 잘 이해했다!
PTSD가 형상화된 인물로 등장하는 칼립소나 아테나도 꽤 좋은 해석이라고 생각했고. 다만 그걸로 오디세우스를 PTSD에 절여진 군인으로 상정하니까 이야기가 너무 스토익해졌어… 원래 좀 재간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거 싹 빼고 무슨 슴슴한 닭가슴살마냥 데쳐놔가지고 원작에 있던 폐급 장난꾸러기 행동들을 하는 게 이상해 보이잖아….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이것에 딴지를 걸 거면 오디세우스 캐스팅이 맷 데이먼인 것부터 짚고 넘어가야 하므로….
오디세이 원작 자체도 시간대가 오락가락 한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영화도 비슷하게 배치되어 있을지도? 안 읽어봐서 모른다. 원전이 있다보니 놀란 작품 치고는 플롯이 밋밋했고 각 사건들을 나열하듯 배치해뒀단 느낌을 받아서도 아쉬웠다. 아 내가 아는 맛이랑 좀 달라…
놀란 작품에서 오타쿠자극력과완벽주의적거룩숭고함이 아주 절묘한 비율로 잘 섞인 게 테넷인 것 같음.
SF 스릴러 장르로 돌아와라 놀란
제발 딱 한 번만 테넷 같은 거 딱 한 번만 더…